흙이 묻었으면 어때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해진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작은 호루라기를 불면서 두부를 팔러 오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여든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는 그 날도 두부가 가득 담긴  상자를 뒤에 싣고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호르르르르, 호르르르"

두부 장수가 왔다는 신호인 호루라기를 힘껏 부는 할아버지의 자전거가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그만 '꽈당' 하고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두부 상자도 땅 위에 나뒹굴렀다.

그때 이 광경을 보던 이웃 집 아주머니 한 분이 달려왔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아주머니는 재빨리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웠다.
할아버지는,  '오늘 장사는 망쳤구나' 하는듯 그만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머니는 흙 묻은 두부를 담고 있는 할아버지를 도왔다.
그 아주머니는 늘 이 할아버지에게서 두부를 사던 분 이었다.
오늘도 할아버지의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두부를 사기 위해 달려 나왔는데 두부가 모두 흙투성이가 됐으니 하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처지 였다.
할아버지는 늘 고마운 아주머니에게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은 다른 데서 두부를 사야겠어요. 미안해요"
그런데 아주머니는 활짝 웃으며 무슨 소리냐는 듯이 말했다.
"할아버지 두부 두 모만 주세요. 늘 할아버지의 두부만 먹었는데 흙이 조금 묻었다고 해서 다른 두부를 먹을 순 없잖아요"
할아버지는 아주머니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몇 번이나 손을 내저었지만 아주머니는  "흙 묻은 곳만 조금 떼어 내고 먹으면 괜찮아요 " 하며 막무가내로 두부를 달라고 했다.
이 광경을 본 다른 아주머니들까지 나와서 흙 묻은 두부를 사려고 소동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