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생 우산

 

몇 년 전 나는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로 우산 파는 일을 했다.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던 어느 날 저녁, 전철역 입구에서 신나게 우산을 팔고 있을 때 였다.

“우산 하나 주세요.”

“예, 2,500원 입니다.”

“뭐가 그렇게 비싸요. 저쪽은 2,000원이라던데……”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의 제법 쌀쌀맞은 말투에, 나도 질새라 냉정하게 대꾸했다.

“그럼 저 쪽 가서 사세요.”

“네?!”

그러나 그 쪽 우산 통은 이미 비어 있었다. 그 여자는 비를 맞으며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2,000원에 드릴게요.”

“누가 우산 산다고 했어요?”

“그럼 관둬요.”

“아니…… 그게 아니라…… 하나 주세요.” 하더니 2,000원을 내 손에 던지곤 버스를 타고 가 버렸다.

 

이틀 후 또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우산 50개가 동이 났다.

“우산 하나 주세요.”

이틀 전의 그 여자였다.

“다 팔렸는데……”

“옆에 하나 있잖아요.” 하더니 2,500원을 주고는 획 가 버렸다.

사실 그건 내가 쓰고 갈 우산이었다. 하는 수 없이 신문을 하나 사서 고깔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정류장까지 뛰었다. 거기에는 우산 속의 그녀가 있었다.

“어머, 이 우산 아저씨 거였어요? 미안해요. 난 파는 건 줄 알고……”

“괜찮아요.”

정류장에 서서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 또 비가 내렸다.

‘그 녀가 다시 올까?’

정신 없이 우산을 팔고 있는데, 그 여자가 나타났다.

“같이 팔면 더 잘 팔리겠죠?”

우린 금세 한 팀이 되어 우산을 팔았다.

비가 올 때마다 우리는 우산을 핑계로 만났고, 한 달여 시간이 흘러 방학도 끝나갔다.

“나 이제 우산 팔러 안 와요.”

“그, 그래요?”

우리는 뭔가 서운했지만 서로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헤어졌다.

학기 초가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도서관에 앉아 있는데 하늘이 갑자기 어둑해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스쳤다.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산이 하나 눈에 띄었다. 나는 친구 우산을 들고 전철역을 향해 뛰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거기 있을 리 없어.’

단숨에 도착한 전철역 입구에서 나는 다소 곳이 서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그 날 이 후로 우리는 연인이 되었고, 1년 후 결혼에 골인 하였다. 새 집으로 신혼 살림을 옮기던 날, 아내는 나한테 사 간 우산들을 가져왔다. 우산에는 이런 꼬리표가 매달려 있었다.

(7월 1일생) (7월 4일생) (7월 5일생)……

우리 사랑이 낳은 자식 같은 우산이었다.

                                                                박 찬우 / 서울 성동구 송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