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에게 물건 값 속이고 죽사발 나던 날

 

 

전화국에 다니는 고향이 충청도인 최 대리는 이제 결혼 1년 차 착한 남편 입니다. 최 씨는 양석천 씨처럼 홀쭉하고 아내는 엉덩이가 시골 담장에 걸쳐진 큼지막한 호박처럼 둥글고 어깨도 딱 벌어진 당당한 체구 입니다.

어릴 적부터 형제들 체구가 작아서 등하교 길에 자주 얻어터진 쓰라린 경험이 있던 최 대리는 결혼 전 늘 엉덩이 큰 처녀를 보면 그저 오금이 저릴 정도로 흥분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키가 올망졸망한 자기 형제보다는 결혼해서 후세만큼은 덩치가 큰 아들을 보고 싶어서 입니다.

홀쭉한 총각이 엉덩이 큰 아가씨와 데이트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수 년간 허송세월을 보내고 35세가 넘어서 중매로 한 살 아래 노처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최 대리는 첫눈에 뽕 갔습니다. 한마디로 처녀는 최 총각이 어릴 적부터 꿈에 그리던 엉덩이가 엄청 큰 처녀였습니다.

 

서둘러 결혼하고 꿈같은 신혼생활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런대 직장선배, 혹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자넨 마누라보다 덩치가 작으니... 집에서 꼼짝도 못하지?.... 여자란 신혼 초에 잡지 않으면 평생 고생이지!”

어느 선배는 아예 날을 잡아서 작정하고 깡 소주 서너 병을 나발 불고 반찬이 짜다! 시비를 걸어서 말대꾸를 하면, “저녁 밥상을 한 1m정도 처 들어서 방바닥에 내 동댕이 치고” 확실하게 기선을 잡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그런 걱정과는 달리 최 대리는 싸움은커녕 늘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불 속에서 풍만한 마누라 엉덩이는 그저 황홀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아서 키웠는데,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드디어 아버지인 최대리보다 덩치가 더 크더니 대학을 다닐 때는 아예 쳐다봐야 할 정도로 덩치가 커 졌습니다. 그 큰 아들을 앞세우고 외출을 할 때는 듬직하여 그 누구도 겁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인생에 늘 엉덩이 큰 아내를 만난 것에 속으로 늘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런대... 세월이 흘러서 어느 덧 50대가 넘어서 조금씩 엉덩이 큰 아내가 무서워지기 시작 했습니다. 자신은 오히려 몸무게가 줄어들어 62kg인데 아내는 드디어 80kg를 넘어 섰고 은행통장은 고사하고 월급에서 단 몇 만원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도 없었습니다.

그런 저물어 가는 최 씨 인생에도 수 십 년 전부터 꼭 갖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진공관 앰프 입니다. 마누라 고함 소리에 주눅이 든 최 씨는 그런 날이면 조용히 다락방에 처박혀서 진공관이 토하는 부드러운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분을 삭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몇 주간 아내 설거지도 열심히 도와주고, 장모님께 안부전화도 자주 올리고, 빨래 정리하는 아내를 뒤에서 와-락 안으면서, “난 50 넘어도 당신 히프가 엄청 좋아!”

 

인티앰프 에이징 걸듯이 공을 들여서 어느 날 땀 나도록 분위기 있는 밤을 시원스레 보내고 난 다음 날, 큰 마음 먹고 그 동안 아내 몰래 모아 두었던 돈으로 1백 만 원 넘는 앰프를 예약을 했습니다. 물론 구입상담 며칠 전부터 앰프 가게 사장과 입을 맞추어서 백 만 원 넘는 앰프를 마누라에게는 단 돈 20만 원이라고.....

그런대 어렵사리 마누라에게 결재를 부탁 하는데...

“뭐야 당신? 20만 원이 누구 집 아이 이름인줄 알아? 대금은 내 손으로 확인하고 직접 줄 거야. 어서 앰프 가게가 어딘지 앞 장 서라고!”

겁먹은 눈으로 할 수 없이 마누라 앞세우고 앰프 인수하러 갔습니다.

아내는 대뜸 20만 원이 너무 비싸다고 오디오 사장을 윽박지르고... 결국 포노 케이블 하나 덤으로 얻어서 마누라가 직접 20만 원 지불하고 앰프를 차에 갖다 놓고는... 매뉴얼이 없다면서 다시 부랴부랴 가게로 달려가서 나머지 돈을 지불하고 차로 돌아 왔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남편 행동거지가 의심스러웠는지 아내가 차에서 내려와... 먼발치에서 가게 안에서 돈 다발을 세는 남편을 보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말자 화가 난 아내는,

“당신, 이리와 봐요!... 감히 물건 값으로 나를 속여욧?”

“저어... 잘못 했어요...” 최 씨는 덜덜 떨면서 아내에게 빌었습니다.

“흥, 잘못 좋아하네.. 대체 얼마 준거야.. 엉?.. 아 그라고 무슨 클래식 타령이냐? 당신, 쫌 솔직 하라고. 당신 인품엔 뽕짝이 딱 맞잖아!”

"왜 그래..요.. 저는 뭐... 와인 한 잔 하면서 고상한 클래식 감상하면 안되나..요?"

"웃겨!"

200 와트 앰프를 max로 틀어도 안 떨릴 천정이 덜덜거리고 이웃집에서 다 들릴 정도로 화가 난 아내의 고함 소리는 정말로 무서웠습니다. 첫 아이 놓으려 병원에 갔을 때 온 동네가 시끄럽도록 고함치며 아이 낳는 아낙들 사이에서 유독 큰 엉덩이 덕분에 소리 없이 쑤-욱 아들 낳아주면서도 고함 한번 안 치던 아내 입니다. 그런 아내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리 고함을 꽥! 하니 지르면서 덤비다니!

 

그러자... 문득, “마누라는 신혼 초에 확실하게 잡아야 일생이 편하다!” 하던 직장 선배 말이 떠올랐습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이 당황한 나머지 선배 조언대로 늦은 감은 있지만 이 참에 마누라를 확실하게 후려 잡을 생각으로 태도로 180도 바꾼 후에,

“뭣이?.. 왜 하늘같은 남편에게 고함이야! 내 그 동안 참았는데 오늘 당신 내한테 혼날 줄 알엇!” 반대로 최 씨도 아내에게 고함을 왝하니 질렀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주춤거리며 겁먹을 줄 알았는데... 겁을 먹기는커녕 그 뚱뚱해진 배로 최 씨를 밀어 부치면서 삿대질까지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아무리 남편보다 덩치가 크기로서니 삿대질까지 하다니! 이에 도저히 분을 못 참고 남편 최씨가 아내 멱살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이 남편 최 씨 입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눈 깜작 할 사이에 남편 최씨는 허공에 몸이 빙그르 한 번 돌더니 침대 위에 쿵! 하니 여지없이 내 동댕이쳐 졌습니다.

“어이쿠!”

거꾸로 처박힌 남편 최 씨는 숨은 고사하고 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거렸습니다. 겨우 숨을 내쉬고 다시 비틀거리면서 일어나서,

“이 여자가 남편을 쳐? 엉? 이리와!” 와-락 달려들어 다시 아내의 멱살을 잡는 순간,

앗 불사!

이번엔 폭신폭신한 침대 위가 아니고 딱딱한 방바닥에 여지없이 엎어치기 한 판으로 킥! 하고 나가 떨어졌습니다. 이번엔 아예 숨을 내 쉴 수 없고 당체 동서남북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머리가 엇질엇질 해지고 숨이 끓어 질 듯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날 밤... 후들거리는 다리로 마을 연쇄점에 나가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는 내친 김에 최씨는 30리 떨어진 처갓집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마누라에게 얻어터진 이 마당에 처갓집이 있는 읍내 입구 다리 검문소에서 자주 하는 음주운전 단속이고 g랄이고 겁날게 없었습니다.

이미 불 꺼진 처갓집에 처 들어가서 잠자리 든 장인 장모님을 깨워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인 어르신...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아내와 이혼 하겠습니다!”

잠에서 덜 깬 장인은 사위로부터 자초지종 이야기를 듣고 그저 난감한 듯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죽사발 나게 딸에게 얻어터지고 허리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사위를 보고는 장모도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말없이 듣기만 하던 장인이,

“술상 차려라!” 하자 장모님이 불같이 나가시어 소주 두 병과 안주를 마련해 왔습니다.

두 사람이 술을 한 잔씩 나누고는 평소 입이 무거운 장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자네한테 그 동안 속인 것이 있네... 사실 우리 딸이 도 대표 유도선수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네!”

“네에?... 유도선수요?”

“그렇다네... 여자가 유도했다 하니 아무도 며느리로 안 써줘서... 결국 자네에게는 숨기고 혼사를 치루었네만... 혹 부부싸움에 엎어치기 기술이 나올까 늘 노심초사 했는데...“

도 대표 유도선수 생활을 무려 십 년 넘게 하다니!...

오호 통제라! 그래서 그렇게 엉덩이도 크고 어깨도 우람했구나!

장인 장모께 말씀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리라 했던 최 씨는 도저히 다리가 떨려서 집으로 돌아 올 수도 없었습니다. 더욱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먼데. . 마누라 후려 잡고 살기는커녕 이젠 죽었다! 싶은 생각에 밤새도록 잠 한잠 못 잤습니다. 낮에 마누라에게 여지없이 얻어터진 한판승으로 엉치뼈가 얼얼해서 당체 잠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목 조르기나.. 허리 감고 팔 비틀기 기술까지 마누라가 시도 했다면 아마 지금쯤 목숨 부지 하기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남은 생애가 걱정입니다.  

 

다음 날 아침에... 그래도 남자인 자네가 참게.. 자네가 참게 하시는 장인 장모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차를 몰고 돌아오는데.. 도저히 아내 엎어치기 한 판에 숨이 캑 막혔던 어제 일을 생각하면 집안에 발을 들여 놓을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옛말에 호랑이 앞에서 웃통 벗어 혼난 어느 멍청한 청년 이야기처럼 충청도 유도 대표선수를 10년씩 한 아내에게 웃통 벗어 덕 볼 것이 전혀 없는 자신의 신세가 참으로 처량해지기 시작 했습니다.

강변에 차를 세워놓고 흐르는 강물을 하염없이 내려다보는 자신이 너무 불쌍해졌습니다.  수 없이 생각하고 생각하고 했지만... 도저히 아내를 힘으로 이길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강변에 어느 덧 땅거미가 내리고 동편에 마누라 엉덩이 같은 둥그런 달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때 입니다. 아주 기막힌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핸드폰 문자 메세지입니다. 아내에게 무조건 진공관 앰프 가격을 속인 것에 대해서 용서를 비는 것입니다. 창피하지만 핸드폰 문자로 아내에게 용서를 빈 일은 아마도 달 밖에 모를 것입니다. 남편으로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지만 이 나이에 어찌 할 것입니까?

 

최 씨는 덜덜 떨면서 아무도 없는 컴컴한 강변에서 이런 문자 메세지를 마누라에게 보냈습니다.

“여보.. 앰프 가격 속인 것 잘못했어요. 한 번만 용서를 해주면 앞으로 절대 거짓말 아니 할 께요..”

문자를 보내놓고 가슴 조아리며 기다리는데... 조금 후 엉덩이 큰 아내로부터 드디어 이런 메세지가 날러 왔습니다.

“들어올 때 와인 한 병 사 오세요. 지금 술안주 준비 할께요... 엎어치기 할 때 그래도 당신 허리 안 다치게 조심 했는데, 허리 괜찮아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최 씨는 얼른 핸드폰을 보고 꾸-뻑 절까지 했습니다. 마치 말로만 듣던 이북 산수갑산을 다녀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흐르는 강물을 보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진공관 앰프고, AR 스피커고, 그런 G랄 아니하고 난 마누라 큰 엉덩이만 만지면서 살끼야!”

그 소리에 컴컴한 강변에서 놀던 물오리 떼가 놀라서 후드득 하늘을 박차고 날았습니다.

지은이: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