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피지섬

 

어느 소녀의 이야기

 

그 녀는 우리집이 있는 길 아래쪽에 산다. 그 숙녀의 이름은 니키다.

불행은 그녀가 중학교 1학년일 때 의사의 진단과 함께 시작되었다. 의사의 진단은 백혈병이었다. 그 후 수 개월 동안 수 백번도 넘는 검사와 주사와 채혈이 이어졌다. 그 다음에는 화학요법이 뒤따랐다. 그것으로 인해 생명은 연장할 수 있었지만 니키는 머리카락을 잃기 시작했다. 불과 중학교 1학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은 너무도 비참한 일이다. 한 번 빠진 머리카락은 다시는 자라지 않았다.

 

식구들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2학년이 되기 전 여름에 니키는 가발을 샀다. 가발은 불편하고 머리에 상처까지 주었지만 니키는 그것을 쓰고 다녔다. 니키는 학교 안에서 매우 유명한 학생이었다. 수 많은 학생들이 니키를 좋아 했었다. 그녀는 치어 리더였고, 항상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가발을 쓴 그녀는 아무래도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어떤지 당신도 잘 알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도 마찬가지로 행동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불행에 처한 누군가를 놀리고 장난을 친다. 그러면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그것이 당사자에게는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인 줄 알면서도 말이다.


2학년이 되고 나서 처음 이 주일 동안 아이들은 뒤에서 열 번도 넘게 니키의 가발을 벗기며 장난을 쳤다. 당황한 니키는 몸을 숙여 두려움에 떨면서 가발을 다시 쓰곤 했다. 그리고는 눈물을 닦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아무도 그녀의 편이 되어 주지 않는 이유를 니키는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 보름 동안 고통스럽게 계속되었다.

마침내 니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부모에게 말했다. 부모는 니키에게 말했다.
"학교에 가기 싫으면 집에 있거라."
생각해 보라. 중학교 2학년인 당신의 딸이 지금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면 3학년으로 진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이 오히려 중요한 일이다.

 

니키는 어느날 나에게 말했다.
"머리가 빠지는 것은 아무 것도 아녜요. 그건 참을 수 있어요."
그녀는 심지어 인생이 끝나는 것까지도 자신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것 역시 난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친구를 잃는 것이 어떤건지 아세요?

내가 복도를 걸어가면 마치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이 아이들이 양쪽으로 갈라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내가 다가오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말이예요.
내가 쓰는 학교 사물함의 왼쪽 오른쪽 칸은 늘 비어 있어요. 가발을 쓴 이상한 여자애, 기이한 병을 앓고 있는 애와 나란히 사물함을 쓰기 싫다는 이유 때문에 아이들은 다른 애의 사물함에다 책을 포개 놓죠. 내 병이 전염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예요.
그런데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친구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모르는 걸까요?

하나님을 믿는다면 영원한 삶이 무엇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난 죽는 게 두렵진 않아요. 머리칼이 빠지는 것도 아무것도 아녜요. 하지만 친구를 잃는다는 건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에요."


니키는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만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말이 됐을 때 어떤 변화가 찾아왔다. 그녀는 갑자기 부모에게 말했다.
"난 오늘 학교에 갈 거예요. 학교에 가서 할 일이 있어요."
딸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알 길 없는 부모는 걱정이 되었다. 더 나쁜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는 아무 말 없이 니키를 학교까지 태워다 주었다.

지난 몇 주일 동안 니키는 차에서 내릴 때마다 엄마와 아빠를 껴안고 키스를 하곤 했었다. 그것은 다른 아이들이 보기에는 흔치 않은 행동이었다. 아이들이 놀려댔지만 니키는 그런 행동을 멈추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니키는 전과 마찬가지로 부모를 껴안고 키스를 하긴 했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조용히 뒤돌아서서 말했다.
"엄마, 아빠. 오늘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아맞춰 보세요."
니키의 눈에는 눈물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기쁨과 생명에의 의지에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그렇다. 앞으로의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니키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부모가 물었다.
"왜 그러니, 얘야?"
니키는 말했다.
"오늘 난 누가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지 알아낼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니키는 가발을 벗어 자동차의 뒷좌석에 내려 놓았다.
"진정한 친구라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나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거든요. 나에겐 시간이 얼마 없어요. 죽기 전에 누가 나의 진정한 친구인지 알아야만 해요."
니키는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두 걸음을 걸어간 뒤 니키는 다시 부모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부모는 말했다.
"물론 하구말구."
니키는 6백 명의 학생들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니키의 아버지는 뒤에서 말했다.
"저 얘가 바로 진짜 내 딸이야."


그 날 기적이 일어났다. 니키가 운동장을 지나 교실로 들어가는 동안 아무도 니키를 못 사게 굴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진정한 용기를 가진 이 소녀를 놀릴 수가 없었다.
니키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가르쳤다. 신이 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불확실한 삶과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편에 서는 것이야말로 삶을 사는 진정한 길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 후 니키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다들 불가능할 것처럼 여겼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니키는 지금 자랑스런 딸아이의 엄마이며, 그 아이의 이름은 내 막내딸의 이름과 같은 에밀리다.

삶에서 불가능하게 생각되는 것이 내 앞에 닥쳐올 때마다 나는 니키를 생각하고 다시금 용기를 얻는다.

 

                                 - 빌 샌더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