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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주머니

 

 

작년 12월 24,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일이다. 때가 때인지라, 나는 몰려드는 손님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손님들이 다 사라지고 좀 잠잠해졌을 무렵, 가게 문을 조용히 열고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아주머니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아이스크림 케이크 진열장을 바라보았다. 나는 "무엇을 드릴까요?" 하고 물으면서 아주머니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추위로 발그레해진 볼, 겹겹이 두껍게 껴입은 솜옷과 희끗희끗 무언가 많이 묻어 있는 앞치마, 그리고 그 분은 흔히 볼 수 없는 무릎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신고 계셨다. 내가 일하는 가게 앞에는 시장이 있기 때문에 그 분이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 나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참 진열장을 보신 아주머니는 아까처럼 멋쩍게 웃으시면서 말씀했다.

“우리 아들이 오늘 생일인데 어떤 게 맛있을까요? 고등학생인데."

나는 이것저것 추천을 해드렸다. 아주머니는 조심스레 가격을 물었다. 내가 만 오천 원짜리도 있고 만 육천 원짜리도 있다고 말씀 드렸더니 아주머니는 그 희끗희끗한 앞치마에서 천 원짜리 뭉치를 꺼내었다.

 

“아이고, 돈이 될까나 모르겠네." 하시며 돈을 세셨는데 정확히 만 육천 원이었다. 아주머니는 얼굴에 웃음이 만연했고 나 또한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느껴져 같이 웃어드렸다. 나는 하트 모양의 그 케이크를 그 어느 때보다 정성스레 싸드렸다. 아들의 나이에 맞게 초도 함께 드렸다.

 

아주머니의 돈을 받아 들고 계산을 하는데 돈에서 생선비린내가 났다. 하지만 이 비린내가 싫지 않은 건 왜였을까? 아주머니가 케이크를 기쁘게 받아 들고 가게를 나가시자 난 흐뭇함과 함께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주머니께서는 그 케이크를 사려고 몇 마리의 생선을 파셨을까? 또 아들이 그 케이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시고 얼마나 흐뭇해하실까?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카드와 수표의 결제가 성행하는 요즘, 가게에서 가장 비싼 케이크를 사는 데 쓰인 아주머니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천 원짜리 뭉치는 내 가슴에 따뜻함을 안겨주었다.

어려움 속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시는 아주머니. 행복한 사람이란, 주변의 조그마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감히 정의 내려 본다.

 

- 심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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