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이야기

 

쿠웨이트의 타는 듯한 여름 이야기

 

쿠웨이트의 땅덩어리는 편평한 사막이며 호수나 강은 물론 지하수도 거의 없다. 주택가 및 길가 주변의 가로수만이 모래바람에도 불구하고 녹색을 가까스로 발한다. 그 외의 땅에는 노인의 수염과 같은 죽은 잡초만이 널려 있을 뿐이다. 인간의 접촉이 어려운 뜨거운 사막도 주거지와 아주 가까운 길 건너편에 있다. 나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더운 도시인 쿠웨이트에 있다. 쿠웨이트의 뜨거운 여름은 5월에 시작하여 9월에 끝나며, 대낮의 최고 온도는 섭씨 50도를 넘긴다.

아침이 시작되면, 바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과 땅에서 달아오른 열기에 의해 온도는 급속히 섭씨 40도로 오른다. 한낮에 야외 주차장에 주차한 차는 쇠가 달아올라, 그 실제 온도는 90도까지 다다른다. 차 핸들을 조심스럽게 잡지 않으면 손은 화상을 입게 되며, 차 안에서 몇 초만 있어도 건조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무수한 땀이 쏟아져 나온다. '70년대 공사현장에 투입된 한국 중장비 운전수의 필수품 중 하나는 화상연고였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더운 정오, 덥다기보다는 불에 타는 기분이다. 실험에 의하면 이 상태에서 달걀은 약 45분 후에는 익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오전 8시에서 오후 2시까지 태양 아래에 주차된 차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일회용 라이터가 뜨거움을 견디지 못해 터져 버린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의하면 휴대용 CD 플레이어 버튼이 녹았으며, CD를 보관하는 플라스틱 케이스도 엿처럼 변했다고 한다.

내가 사는 집은 물 저장탱크가 옥상 위에 설치되어 있어, 그 물은 언제나 뜨겁다. 어느 수도꼭지를 틀어도 뜨거운 물만 쏟아져 샤워하는 것이 무섭다.

이 기간 중 야외에서 일을 하기란 매우 어렵다. 섭씨 40도가 넘어가는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힘든 노동을 할 수 있겠는가? 야외에서 일하는 수 많은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한다. 너무 뜨거운 곳에서 일하면 피의 농도가 진해져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정부에서는 금년 처음으로 6월 1일부터 8월말까지 야외 노동자들은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효하였다.

정부관공서 건물에 비치된 디지털 온도계는 최고 섭씨 49도에서 항상 멈춘다. 차 안의 온도계가 섭씨 51도를 가리켜도 정부의 발표는 49도다. 50도를 넘으면 공휴일이라고 한다. 쿠웨이트의 여름이 무더운 이유는 남부 사하라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대낮이다. 사람들은 모두 건물 속 어딘가로 숨었다. 거리는 인적없이 차들만 바쁘다. 어느 외국인이 기르다 잃어 버리고 간듯한 개 한 마리가 비틀거리며 황량한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진다.

이 기간에는 대부분의 쿠웨이트인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외국인들도 더위를 피해 쿠웨이트를 탈출한다. 인구 2백만 명의 나라에 매일 4만 명이 쿠웨이트를 떠나고 들어온다. 여름에는 전체인구의 4분의 1인 50만 명이 시원하고 놀기 좋은 곳을 찾아 전 세계로 나간다. 멀리 떨어진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 국가로 가기도 하며, 가까운 이집트나 레바논, 시리아를 여행하기도 한다. 금년은 영국과 이집트의 테러사건으로 가까운 두바이와 오만의 휴양지인 살라라가 새로운 인기지역으로 떠올랐다.

돈 벌기 위해 몰려온 가난한 제3국인 노동자들과 일 밖에 모르는 한국인들이 쿠웨이트의 여름을 지킨다. 쿠웨이트의 하늘은 미치도록 맑으며, 어떠한 땅 위의 수분도 즉시 메말라 모기가 살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뜨거워도 개미는 일한다. 공사현장에 투입된 한국인들은 계약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하여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을 하고있다. 한여름의 뜨거움을 피하기 위하여 동이 트는 새벽에 출근해서 늦은 저녁까지 일을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사막 골프장으로 달려간다. 뜨거운 태양 아래 무거운 골프채를 끌면서 4시간 동안의 사막 골프를 즐긴다. 그래도 힘이 남아, 아니면 골프가 좋아 18홀을 한번 더 돈다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조성환의 쿠웨이트 이야기) (200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