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이야기

 

쿠웨이트인들은 얼마나 일을 하지 않는가?

 

정부가 주는 달콤한 돈맛에 흠뻑 젖어있는 쿠웨이트인들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고유가 행진으로 정부재정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쿠웨이트인들은 그 기대감으로 마냥 행복하다.
정부재정의 40%가 공무원들의 월급으로 지출되나, 대부분의 쿠웨이트인들은 고용주인 정부를 위하여 가능한 한 일을 하지 않는 그들만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 쿠웨이트인들은 스스로 고액의 월급을 받으나, 오일머니에 취해 일하지 않음을 즐기는 이상한 문화를 창조하였다.
인센티브나 벌칙, 그리고 경쟁이 없는 쿠웨이트이기에 사람들은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쿠웨이트인들의 하루 생산성은 단지 8분이라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지금부터 여섯 명의 쿠웨이트인들이 등장하여 하루하루를 어떻게 일을 하지 않으면서 보내는지 그 실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첫 번째 인물은 아바스라는 이름의 쿠웨이트대학 교수인 소위 엘리트 남자다. 그는 미국에서 1980년대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나, 허위로 가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귀국과 동시에 그는 쿠웨이트대학에 교수로 채용된다. 쿠웨이트 정부는 그가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공부하였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음은 물론, 그 대학이 공인된 학교인지의 여부도 모른다. 쿠웨이트대학의 교수가 되면서 이제 그는 아바스 박사로 불리어 진다.
아바스 박사는 학교에서 1주일에 15시간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그는 학기가 시작되는 2-3주 동안만 학교에 나와, 자기 자신을 소개하고 교과과목의 개요, 연락처 등만을 학생들에게 알려준 채 사라진다. 이것이 그가 교수로써 학교에 나와 일하는 전부다.
아바스 박사는 학생들에게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은 매우 쉽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학생들 역시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학점을 잘 주기 때문이다. 아바스 박사는 교실에 나오지 않으며,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고 싶으면 직접 접촉하거나, 전화 혹은 이메일을 통하여 원하는 A 혹은 B학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학생들은 행복하며, 교수도 행복하다. 아바스 박사는 대학교에서 월급으로 7,000불을 받는다.

두 번째는 와드하라는 쿠웨이트 여자이며, 사무실에서 비서로 일한다. 그녀는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식들이 아프다는 핑계로 자주 결근한다. 더구나 사무실에 나와도 별로 할 일이 없다. 대부분의 일은 타이프를 치거나, 몇 번의 전화를 받는 것이며, 그나마 그녀가 답하는 통화의 대부분은 "나는 모른다"이다. 사무실에서의 대부분 시간은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거나, 친구들과 장시간 전화통화를 하면서 보낸다. 대신 와드하의 동료인 인도인 여자가 사무실내의 모든 일을 다 처리한다. 놀고 먹는 와드하의 월급은 2,500불이지만, 모든 일을 다하는 인도인 여자는 860불을 받는다.

세 번째 등장 인물인 마하라는 어느 실험실의 여자 조수로서 외견상 비서라는 직책보다는 나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 하는 일은 앞에 나온 와드하와 똑같다. 그녀 역시 가능한 한 모든 이유를 만들어 자주 결근한다. 매년 정기휴가로 60일을 사용하며, 산후휴가는 1년이다. 실제 일은 그녀의 외국인 동료가 다한다. 그녀는 2,700불의 월급을 받아간다.

네 번째는 쿠웨이트공항의 화물통관부서에서 일하는 싸드라는 사람이다. 실제로 그의 일은 매우 터프하게 보인다. 그러나 고객이 화물을 찾아가면서 확인하는 영수증에 스탬프를 찍는 것이 전부다.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 5일 일하는 그는 월급과 복지수당을 다 합하여 4,800불을 받는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가 읽거나 쓰질 못하는 무식한 아랍어 문맹자라는 것이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정부의 관리부서 책임자인 아델이라는 이름의 남자다. 당연히 대부분의 일은 그의 부하인 이집트인과 인도인들이 다한다. 이 외국인들이 쿠웨이트 상사를 위하여 모든 일을 계획하며, 준비하고 집행한다. 아델은 단지 이집트인 조수가 가져온 서류에 사인하는 일이 전부다.
아델은 보통 오전 11시에 출근한다. 왜냐하면 그는 별도의 아파트에 개인적인 비밀장소를 만들어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아랍여자들과 난잡한 파티를 벌이기 때문이다. 만약 오전 11시 이전에 아델을 찾는 전화가 걸려오면 그 비서는 항상 "미안합니다. 회의 중입니다."라고 답한다.
아델의 친구 중 하나가 말하기를 아델은 신앙심이 매우 깊다고 한다. 그는 매일 다섯 번의 기도시간을 꼼꼼히 체크하며, 특히 한꺼번에 몰아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자기가 저지른 음주와 퇴폐적인 행동에 대해 알라가 용서해줄 것을 희망하면서.

마지막 여섯 번째 인물은 내무부에서 일하는 살렘이라는 남자다. 그는 위에서 언급된 다섯 명과는 다르게 매우 활동적이며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그는 대다수 공중을 위하기 보다는 친척과 친구, 그리고 잘 아는 사람들에게 점수를 따기 위하여 열심히 일한다.
그는 내무부 내에서 아주 좋은 콘넥션을 유지하고 있다. 사무실 안에서 그가 하는 일이란 개인적으로 잘 아는 친척과 친구들을 위하여 모든 종류의 혜택을 제공하며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친척과 친구들에게 그는 매우 의욕적이며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친구가 교통벌금 티켓을 컴퓨터상에서 삭제 시켜줄 것을 요청하면 기꺼이 해결해준다. 만약 친척 중의 하나가 제3국인에게 입국비자를 팔기 위하여 협조를 요청하면 당연히 지원한다. 또한 자동차사고의 경우 자기가 아닌 외국인이 잘못한 것으로 고쳐달라고 친구가 요청하면 이를 고려하겠다고 답한다.

상기 여섯 명이 우리 주위에 실제로 존재하는 수 많은 쿠웨이트인들의 생활특성을 대변하고 있다. 진주조개 채취작업에서 산유국으로 변신한 이후, 쿠웨이트에서는 두 개의 이상한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하나는 "와스타 (Wasta)"다. 비슷한 우리 말로는 콘넥션이다. 쿠웨이트에서 생존, 더 나아가 풍요롭게 버티기 위해서는 와스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와스타로써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화는 "일을 많이 하지 말아라"이다. 일을 많이, 혹은 적게 하든지 간에 월급은 같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헌법 제20조항에는 "국가경제 목적 중의 하나는 국민을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쓰여져 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아진 쿠웨이트 정부는 이 헌법 조항에 따라 쿠웨이트인들의 능력과 질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채용한다. 수 십 년 동안 밀린 전기와 수도비는 이미 탕감 되었으며, 개인부채의 탕감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돈 받기에만 익숙한 쿠웨이트인들에게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당연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았다.

(조성환의 쿠웨이트 이야기) (200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