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이야기

 

쿠웨이트의 겨울 이야기

 

며칠 전부터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대낮의 온도는 섭씨 15도까지 내려가 을씨년스럽고, 밤에는 한 자리 숫자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다. 사람들은 두꺼운 스웨터와 조끼를 입기 시작하며, 백화점에서는 긴 코트와 부츠를 팔고 있다. 밤에는 집집마다 전기히터를 키며 전기장판을 깔거나 두꺼운 이불을 덮는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쿠웨이트다.

섭씨 4-50도의 타는 듯한 여름을 겪은 사람들에게 쿠웨이트의 겨울은 춥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의 가을과 같은 낮은 온도의 좋은 날씨가 11월부터 그 다음 3월까지 상당기간 지속된다. 쿠웨이트인들이 긴 여름에 하는 일이란 단지 겨울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러나 겨울은 좋은 날씨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겨울의 날씨는 한마디로 드라마틱하다. 먼저 모래바람은 영화 속의 핵폭탄이 터진 하늘을 연상시키듯 노랗게 불어온다.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주위가 짙은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바람은 강한 채찍질 소리를 낸다. 창문은 흔들리고 나무들도 몸부림을 친다.

분말과 같은 모래가 안개처럼 두껍게 끼면 길가의 전등과 녹색신호등 모두가 파랗게 보인다. 노란색의 모래안개는 죽음의 고요처럼 언제나 에어콘이 강하게 돌아가는 건물 내로 파고든다. 사람들도 폐 안에 무언가가 차곡차곡 쌓이는 불안감을 느낀다. 산소가 부족한 듯 두통도 찾아와 짜증나게 한다.

모래바람이 가버리면 다음은 비가 온다. 바람이 지나간 검은 하늘은 천둥 번개를 동반하며 소나기를 갑자기 퍼붓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카메라 플래시와 같은 천둥은 하늘을 조각낼 것처럼 강한 소리를 내 사람을 무섭게 한다. 도로에는 물이 넘치고 차량운행이 어려워진다.

비가 그치면 이제 하늘은 푸르며, 따뜻한 대낮의 햇볕 속에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따뜻하지만 어쩐지 쌀쌀한 쿠웨이트의 겨울이다. 쿠웨이트에서 가장 좋은 날씨이지만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에는 너무 춥다. 바다는 짙은 청록색을 띄어 하늘과 더욱 조화를 이룬다.

완벽한 날씨다.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 구름이 피어 오른다. 이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 햇살은 구름의 가장자리를 뚫고 광선처럼 대지를 향해 쏜다. 신화에서나 나올듯한 아름다운 그림이다.

비를 맞은 사막은 서서히 초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도시에서 바람에 의해 날려온 온갖 씨앗들이 생존을 위하여 경쟁하듯 사막에서 푸른 싹을 돋는다. 회색 빛 사막은 어느새 녹색으로 변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자극하며 독촉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쿠웨이트의 겨울을 즐기기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땀 흘리는 운동을 하라. 쿠웨이트에서의 생활은 이방인에게는 긴장과 경쟁의 연속이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땀과 함께 흘려 버린다는 기분으로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이 가벼우리라.

둘째, 절친한 친구를 사귀어라. 종교와 관습이 전혀 다른 쿠웨이트 생활 속에서 외국인은 외로우며 대화 상대가 없을 수 있다. 절친한 친구와 함께 취미생활을 같이 하거나, 맛있는 식사를 자주 하면서 기분 좋은 대화를 즐겨라. 그렇지 않으면 너무 심심하며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기회가 없다.

셋째, 모든 일이 제 시간 안에 제대로 잘 될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아랍에서 시간이란 고무줄과 같다. 쿠웨이트인이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음에 관대하라. 그래야 내가 편하며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넷째, 아랍 주변 국가를 방문하라. 쿠웨이트에 살지 않는 한 다음 기회에 주변 아랍국가들을 방문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전체 아랍국가 22개국을 시간을 내어 방문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계획하라. 자기자신의 의지에 따라 쿠웨이트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가기도 하며 아주 천천히 가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희망을 갖게 되면 젊어진다.

다섯째, 꽃이나 식물을 사서 집이나 사무실을 가꾸어라. 우리를 더 생기있고 건강하게 만든다. 지친 우리에게 향기와 녹색 산소를 뿜어주며 습도를 유지시켜 준다.

여섯째, 사막캠프를 다녀오라. 쿠웨이트인들은 콘크리트 숲과 편안한 도시생활에서 자주 벗어나 불편한 자연으로 간다. 사막이 초원으로 변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바로 눈 앞에서 떨어지는 별을 세며 밤을 지새워 보라. 한번 경험하면 중독되리라.


(조성환의 쿠웨이트 이야기) (200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