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이야기

 

쿠웨이트와 술

 

 

이 세상에서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없는 나라는 5개국뿐이다. 여기에 쿠웨이트가 들어가 있다. 따라서 쿠웨이트에서는 합법적으로 술을 팔거나 살 수 없으며, 마실 수 없다. 당연히 음주운전 단속도 없다.

쿠웨이트는 마치 사우디의 그림자처럼 보수적인 이슬람 색채가 아주 강해 술과 돼지고기를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 인구 2백만 중의 반은 외국인이며, 그것도 남자가 대부분인 이상한 나라다. 술이 가장 많이 팔릴만한 곳이지만, 술을 마시면 그 자체가 범법행위에 속한다. 그래도 술은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다. 목요일 저녁 수 많은 비밀파티에서는 술이 공급된다. 수 많은 범법자들이 쿠웨이트에서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애주가들에게 쿠웨이트는 지옥이다. 쿠웨이트의 여름 한낮은 세계에서 가장 더운 귀양지가 된다. 공공장소에서는 아직도 남자와 여자의 자리를 구분한다. 책과 영화는 사전에 검열을 받아 일부 내용이 삭제 당한다. 모든 콘서트도 이슬람 가치에 반하는지 여부를 사전에 조사하기에 적절한 문화 프로그램은 아예 없다.

좋은 음식은 있으나, 어울리는 와인이 없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춤추는 장소나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도 없다. 모래바람과 양고기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메마른 곳이다. 인간으로서의 자유가 박탈된 것처럼 볼 곳도, 할 것도, 갈 곳도 없는 잔인한 쿠웨이트다. 쿠웨이트 법은 외국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으며, 마치 한 마리의 양으로 간주하는가 보다.

이러한 쿠웨이트가 관광지를 개발하겠다고 한다. 수 많은 특급호텔, 대형 리조트와 쇼핑몰 등이 들어서고 있으며, 이라크 특수를 염두에 둔 무역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꿈꾸고 있다. 쿠웨이트가 진정으로 관광과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자리잡아 세계인들의 방문을 원한다면, 이제 술 금지는 풀려야 된다. 술은 자유로움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술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개발이 가능할까?

술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보자. 2002년 봄 어느 날, 쿠웨이트에서 몰래 보드카를 만들던 공장이 적발되었다. 러시아인들이 먹어본 바에 따르면, 러시아 외의 지역에서 만든 보드카 중 제일 좋은 품질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쿠웨이트에는 술을 빚는 아마추어 기술자들이 많다. 서양인들은 집에서 맥주와 와인을 만들어 마신다. 찢어지게 가난한 아시아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하여 재료가 불분명한 50도짜리의 밀주(일명 싸대기)를 만들어 판다. 한국인이 주요 고객이다.

쿠웨이트에서 제일 유명한 위스키는 죠니워커 레드 라벨이다. 일반적으로 1리터짜리 한 병이 140불이었지만, 최근에는 공급이 부족하여 200불 선에 거래된다. 반입이 금지된 삼겹살을 안주 삼아, 위스키를 마시는 저녁파티는 묘한 맛에다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한다.

술과의 숨바꼭질은 공항 입국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술병을 찾아내기 위하여 모든 짐은 반드시 엑스레이를 통과하여야 한다. 술병 색출 전문가인 통관원의 눈을 피하기란 매우 어렵다.
술에 목마른 한국인들은 오래 전부터 소주팩을 들고 왔으나, 이제는 대부분이 적발된다. 그리하여, 소주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쿠웨이트는 잔인한 나라다. 그 동안 수 많은 외국인들이 술을 반입하기 위하여 아이디어를 짜내고 시도하고 있으며,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공항을 통하여 술을 몰래 갖고 들어오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성공률이 매우 높은 비법 3가지가 있다.
첫째, PET 병으로 만든 포켓용 위스키 (500 밀리 리터)를 양복 양쪽 호주머니에 각각 하나씩 넣고 공항을 빠져 나간다. 모든 짐은 엑스레이를 통과하지만, 사람의 몸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병처럼 생기지 않은 것은 술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에밀레종 모양이나 대나무 모양의 전통주는 통과 된다.
셋째는, 유럽인들이 많이 쓰는 방법으로, 박스로 포장한 와인, 소위 박스인박스(Box-in-Box) 와인을 과감하게 트렁크에 넣어 갖고 온다. 유럽에서는 쉽게 구입이 가능한 박스인박스 와인은 3 리터, 5 리터, 10 리터짜리의 크기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쿠웨이트 호텔에서는 술 판매가 자유로웠다. 술 없는 관광지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관광지와 술과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제 술 금지는 해제될 때라고 모두가 말한다. 그럼 쿠웨이트에서 언제나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을까?

금년 1월말, 개방적 성격의 국왕이 새로 취임하면서 조만간 술을 허가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정부내각을 유일하게 감시할 수 있는 국회의원 중 보수파 의원들은 이슬람문화와 전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 술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아직도 큰 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시간이 가면서 쿠웨이트에서의 술 허용은 위락지로 개발되는 파일라카 섬에 한한다는 소문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술이 허용될 수 있는 시점은 아마도 위락지 개발이 이루어졌을 때이며,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즉 파일라카 섬 개발이 이루어지기까지 최소한 4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술에 취하기 위하여 주말과 휴일에 사우디인들은 바레인으로, 쿠웨이트인들은 두바이로 간다. 쿠웨이트인들은 쿠웨이트에서 맛볼 수 없는 자유를 두바이에서 만끽하고 돌아온다. 술 허용이 늦어질수록 쿠웨이트의 오일머니는 주변국가로 계속 새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