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이야기

 

와스타(Wasta) 이야기

 

중동 산유국 중, 와스타 (Wasta)가 가장 파워풀하며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는 곳이 쿠웨이트다.

와스타란, 아랍어로 관계, 즉 콘넥션 (Connection)이란 뜻이며, 우리 나라 말로는 인맥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더 나아가 영향력이라는 의미도 된다.

 

쿠웨이트는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게 아니라 사막 속의 기름으로 인하여 어느 날 갑자기 부자나라가 되었다. 그리하여 국민들은 경쟁으로 돈을 벌기 보다는 삶의 모든 것을 정부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사람간 그룹간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던 전통적인 와스타가 이제는 뇌물보다 나쁜 의미로 진화되었다.

 

와스타의 본거지는 정부 관공서이다. 대부분의 관료들은 거의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월급에 만족하지 않는다. 터키쉬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와 와스타를 위한 잡담을 나누던가, 아니면 노키아 폰으로 장시간 통화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위한 와스타를 계속 생산해낸다.

 

와스타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무엇을 아는가 보다, 누구를 아는가가 더 중요한 곳이 쿠웨이트다. 쿠웨이트인이라 하더라도 쿠웨이트에서 좋은 직장을 얻기란 힘들다. 물론 많은 직장들이 있지만 좋은 곳에 위치하고 일하기 쉬우며 봉급이 높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는 와스타가 필요하다. 게으르고 능력이 없어도 보스를 알고 있거나, 와스타가 있으면 채용이 된다. 와스타가 이력서보다 더 강하다.

 

서류를 발급 받거나 결재 스탬프를 받기 위하여 관공서에 갔을 경우 일반적으로 10분 이상을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차례가 와서 서류를 제출하면 공무원들은 다음 주에 와서 찾아가라고 말하는 것이 통례다. 만약에 당신이 와스타가 있다면 메니저에게 가서 서류를 건네줄 수 있다. 그러면 메니저는 즉시 자기의 설합에서 스탬프를 꺼내어 찍어준다. 10분 동안 줄 서 있지 않아도 되며, 더구나 다음 주에 다시 올 필요도 없다.

 

쿠웨이트인이건 외국인이건 간에 와스타 없이는 살기가 어려운 곳이 쿠웨이트다. 아무리 베테랑 운전수라도 와스타 없이 운전시험을 보면 첫 번째 시험에서는 항상 떨어진다. 와스타가 있으면 시험을 보지도 않고 운전면허증을 획득할 수 있는 천국이 된다.

 

와스타는 이권이 개입되어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나타난다. 국립대학에 입학허가를 받기 위하여, 직장을 얻기 위하여, 그 직장에서 진급하기 위하여, 은행대출을 받기 위하여, 비밀정보를 입수하기 위하여, 계약을 따내기 위하여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하여 와스타를 최대한 이용한다. 당선이 되면 와스타에 대한 보답으로 전기며 수도료를 면제하거나 개인부채 탕감을 위해 정부에 압력을 넣기도 한다.

 

일상생활에도 와스타가 있다. 국립병원에서 전문의로부터 빨리 진찰받기 위하여, 교통딱지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하여, 보다 빠른 수속과 허가를 받기 위하여, 비자를 받기 위하여, 여권을 갱신하기 위하여, 수입 금지된 술을 반입하기 위하여,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하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하여, 아이들 학교성적을 높이기 위하여, 아이들 미술대회에 입상하기 위하여, 경품에 당첨되기 위하여, 성수기 만석 때 쿠웨이트 항공 비행기 표를 사기 위하여, 심지어는 교통사고 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기 위하여 와스타가 필요하며, 그 리스트는 끝이 없다. 감옥에 들어가도 나오게 하는 힘이 와스타다. 숨을 쉬는데도 와스타가 필요할 지경이다.

 

와스타가 많은 사람은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평가 받으며, 반대로 와스타가 없는 사람은 무능력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쿠웨이트 사회에서는 가장 강력한 와스타를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다.

 

그러나 기존의 규정이나 법을 교활하게 어기는 와스타는 국가 발전에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며 부패를 만연시킨다. 와스타를 자꾸 쓰면, 그 사람은 와스타 때문에 계속 와스타에 의존하게 되며, 와스타 없는 정직한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모든 사람들은 와스타가 국가 발전에 해가 되어 반드시 없어져야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와스타는 항상 실존하며,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들 또한 말하고 있다.

 

이렇듯 와스타는 필요악이다. 처음 쿠웨이트에 온 외국인이 와스타를 쌓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한국인은 현지인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어 와스타에 아주 약하다. 한국인들은 쿠웨이트 인사들을 자주 만나 우정을 가꾸어 현지문화에 적응함은 물론, 상류사회로 진출하여야 한다. 와스타야말로 쿠웨이트에서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와스타가 있으면 지루한 이 곳에서 즐겁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조성환의 쿠웨이트 이야기 - 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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