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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일 원로목사

 

 

“은혜와 기쁨 · 복음 열정 넘쳐나요”

 

白壽 앞둔 방지일 목사, 월요성경공부 모임 50년째 인도

 

 

월요일인 지난 3일 오전. 서울 등촌동의 한 노인전용주택(실버타운) 11층 복도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꼬장꼬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제대로 아는 건 딱 한 가지뿐이에요. 하나님의 아들이 날 위해 죽으셨고, 부활하신 그분이 지금도 나를 지켜주고 계신다는 진리, 그거 하나만 확실히 알아요. 다른 건 잘 몰라요."

 

반쯤 열린 1115호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노인이 돋보기를 눈에 갖다 대고 성경과 청중을 번갈아 보며 말씀을 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바닥에 둘러 앉은 10여명의 참석자들은 표정이 다양했다. 노인의 얘기를 열심히 노트에 받아 적는 사람,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이들도 보였다. 몇몇은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다과상에 놓인 배 조각을 먹으며 편안하게 듣고 있었다.

 

'한국 기독교사의 산 증인' 방지일(97·영등포교회 원로) 목사가 50년 동안 이끌고 있는 월요성경공부 모임은 안방처럼 편안한 분위기였다.

 

백수(白壽)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방 목사는 20년간의 중국 선교사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1958, 서울 영등포교회 담임을 맡자마자 매주 월요일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장소만 세 차례 바뀌었을 뿐,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참석자들은 1020명 정도. 방 목사의 후배 목회자들로부터 들어 알음알음 찾아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석하기 때문에 출석을 부르는 일도 없다.

 

방 목사는 창세기 40장을 중심으로 말씀을 전하면서 시편, 잠언, 욥기, 느헤미야, 마태·마가복음, 요한계시록 등 성경 곳곳을 넘나들었다. 성경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에 대한 근거를 성경의 또 다른 곳에서 찾아 참석자들에게 읽어주면서 확인시켰다. "성경은 어느 한 부분만 보고 이해하거나 강조하면 안돼요. 성경 말씀에 의문이 있으면 그 해답도 말씀에 있습니다."

 

예화와 실례를 들어 보충 설명할 때는 시공을 초월했다. 80여 년 전 자신이 경험했던 일제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가 하면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의 경험담에 이르기까지 스토리의 무대가 방대했다. 말씀 강해만 1시간30분이 훌쩍 지났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육각(肉覺)이 아니라 영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성경 66권을 골고루 깊이 보고 영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주시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어요."

 

반세기 동안 월요성경공부 모임을 거쳐간 이들은 2000여명. 모임이 끊기지 않는 비결은 뭘까. "오로지 성경 말씀만 주제가 되기 때문이에요."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30여 년 전, 이 모임에서 67년 정도 성경공부에 참석했다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최근 방지일 목사 기념사업회 총회에서 "방 목사님은 하나님의 말씀이 가장 귀한 선물이라는 걸 가르쳐주신 분"이라며 "월요일마다 목사님 밑에서 말씀을 배울 때 그 말씀에 감동해서 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모임의 최고령자이자 40년 넘게 참석하고 있는 김영수(83) 목사는 "방 목사님은 말씀에 불순물을 섞지 않으시고, 말씀 그 자체를 말씀을 통해 전해주신다"면서 "초기 한국교회가 오직 말씀 하나만으로 누렸던 은혜와 기쁨, 복음의 열정을 그대로 맛볼 수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 = 박재찬 기자 (국민일보, 2008.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