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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일 원로목사

 

 

1년 중 절반은 해외선교 녹슬지 않는 ‘97세 청년’

 

국내 최고령 목회자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목사

 

방지일 목사(97·영등포교회 원로)는 국내 최고령 목회자이자 ‘한국 교회의 산증인’이다. 1911년 평북 선천에서 태어나 한국 장로교 초기 신자였던 조부모와 아버지 방효원 목사를 따라 배우며 신앙을 키웠다. 1930년대 평양대부흥의 현장인 장대현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하는 동안 조선 기독교의 거목인 길선주 목사를 직접 모셨다. 평양신학교를 졸업하고 1937년 목사 안수를 받은 다음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년 동안 중국 선교사로 활동했다. 영등포교회에서 21년간 담임목사를 맡았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성탄절과 세밑 분위기가 한창인 지난 23일 ‘100세 청년’으로 불리는 방 원로목사를 서울 등촌동 자택에서 만났다.

 

 

국내 최고령 목회자인 방지일 목사는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 오셨다”며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 봉사를 본받는 것이 성탄절의 참뜻”이라고 말했다. <남호진 기자>


그는 병원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에 입주해 홀로 살고 있다. 11녀와 3명의 손자, 5명의 증손자는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방 한 칸에 작은 거실과 화장실이 전부인 좁은 공간. 방에는 작은 침대가 놓여 있고, 한쪽 책상에는 컴퓨터가 켜져 있다. 백수(白壽)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능숙하게 미국의 손자와 해외 선교사, 후배 목회자들과 e메일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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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성탄절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모두 죄인이기 때문에 고행이나 적선(積善)을 아무리 해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으로 오셨으니, 그것이 복음이고 성탄절입니다. 예수께서 우리와 같이 살아주고 내 대신 죽었다는 것이 성탄의 참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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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람들이 불안해합니다.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 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다 어렵다고 하지요. 옛날부터 세상은 고해(苦海)라고 했어요. 평온한 바다에 바람이 불어 풍랑이 일면 배가 견디지 못해요. 아무리 세상이 살기 편해져도 세상이 고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요. 그런데 모두가 향락만 추구하다가 어려움에 빠진 것입니다. 어려울수록 하나님께 의지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 목사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목소리가 또렷하고 몸가짐이 꼿꼿했다. 그는 71년 원로목사로 현직에서는 물러났지만 믿음의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지금도 1년 가운데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다. 미국, 아프리카, 남미, 캐나다, 태국 등 해외의 선교 현장을 돌며 선교사들을 격려한다. 국내에선 월요일마다 그의 집에서 20여명의 목사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고 있으며, 일요일 교회 순회설교도 빼놓지 않는다. 그가 이끄는 ‘월요 성경공부’는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는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글을 쓴다. 설교와 특강, 성경공부 등을 병행하면서 저술한 책만 100권이 넘는다. 주변에서 “이제는 좀 쉬어가면서 하시라”고 말할 때마다 “움직이지 않으면 녹이 슬어. 나는 녹슬기보다는 닳아서 없어지고 싶어”라고 대답한다.

방 원로목사는 2004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지난 해 외아들인 재미사학자 방선주 박사(74)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아 부자가 국민훈장을 받는 드문 기록을 남겼다. 올해 초 현존 목회자로는 이례적으로 ‘방지일목사 기념사업회’가 결성됐으며, 서울 명성교회에는 그의 신앙을 기리는 ‘방지일홀’이 꾸며져 있다.

그는 한국 장로교의 어른으로서 장로교단의 분열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난 8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장로교 분열 이래 처음으로 열린 4개 장로교단 연합예배에서도 참석자들에게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통합이 안 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믿음이란 온전한 투항입니다. 투항을 했으면 무장해제 해야 합니다. 그런데 누구도 고집과 주관이라는 무기를 버리지 않아요. 이것은 목회자에게만 국한되는 말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무장해제가 될 때 비로소 협력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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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가 위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교회 밖에서 지탄받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주 안에서 경건히 살지 못하는 것이 위기지요. 모든 원인을 내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기도를 통해 철저히 고백하고 회개하면 다 해결돼요.

그는 “기도란 죄를 찾아내는 현미경”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누구나 아는 죄는 쌀바구니에 든 사과처럼 찾기 쉽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죄는 100, 1000배로 확대하는 현미경처럼 간절한 기도 속에서 찾아진다는 뜻이다.

“기도는 하나님과 나만의 대화입니다. 내 사정을 보고하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의지하고, 하나님과 같이 사는 것이 기도예요. 인간적인 무기를 모두 주님께 바치고 조용히 혼자서 기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도와 예배가 운동장에서 응원하듯 너무 시끄러워요. 하나님이 귀가 먹었나 원. 성경대로 살고, 깊이 기도하고, 신랑·신부처럼 경건하고 엄숙하게 예배 드리는 자세가 회복돼야 해요.

그의 거실 벽에는 ‘격산덕해(格山德海)’라고 쓴 액자가 걸려 있다. ‘인격은 산 같고, 덕은 바다 같아라’라는 뜻으로 그가 오래 전 좌우명 삼아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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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젊은이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젊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이혼하는 것이 문제예요. 결혼은 상대방에게 내 인격은 다 주고 한 몸이 되기로 한 약속입니다. 나를 희생하겠다는 생각이 부족하니까 툭하면 이혼하고 별거를 하지요. 젊은이들이 결혼관을 바로 갖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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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가 시끄럽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육박전을 하니 세계적인 망신이지요. 자녀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입니다.

 

<경향신문 · 김석종 선임기자 · 200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