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홈

방지일 원로목사

 

 

"믿음이란 자기 자신을 없애가는 과정이죠"

 

개신교 최고령 97세 원로목사 성탄절 인터뷰
"신자들이 할 일은 죄를 인식하고 구원을 전하는 것
"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방지일 목사는 백수를 앞둔 나이에도 명료한 말씨로 기독교적 신앙의 세계,

특히 가정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김주영 인턴기자 (고려대 언론학부4)

 

"내가 없어야 돼요. 이게 예수 믿는 거예요."

70년이 넘도록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노() 목사가 바라보는 신앙의 세계는 단순 명료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서울 등촌동 자택에서 만난 개신교 최고령 목회자 방지일(97) 영등포교회 원로목사는 "자기를 내세우고 자기 이름을 내려고 하면 벌써 믿음을 잊어버린 것"이라며 "예수 믿는 것은 자기가 없어져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 목사는 평양대부흥의 현장인 장대현교회에서 장로교 첫 목사 중 한 명인 길선주 목사를 모시고 전도사로 일했고, 1937년 목사 안수를 받자마자 중국 산둥성(山東省)에 선교사로 파송돼 20년간 활동했다.

귀국 후 21년 동안 서울 영등포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면서 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등을 지낸 한국 개신교의 산 증인이다.

방 목사는 우선 성탄의 의미에 대해 "하나님이 사람 되어 나 대신 죽으러 오셨다. 그것이 복음"이라고 말했다. "신앙인으로서 보면 인간의 제일 큰 문제는 뭐니뭐니 해도 사람이면 한번 왔다가 가는 거 아닌가요? 가면 어디 가는 거예요?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절대 구원자 하나님 앞에 가는데, 내가 한 대로 심판 받으면 견딜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사람 되어 나 대신 벌 받으러 왔다. 그걸 생각하면 얼마나 깊은 맛인지 몰라요."

방 목사는 백수(白壽)를 앞둔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월요성경공부' 50년 넘게 해오고 있고, 국내외 교회들을 순회하며 설교를 하느라 바쁘다. 지난 1년간은 특히 평양대부흥 100주년 행사들에 참석하느라 매우 분주했다.

"지금은 장로교가 수 백 개의 교단으로 갈려 있지만, 저는 장로교가 하나였고 신학교도 하나였을 때 목사가 됐어요. 이렇게 갈라진 것은 불행이지만 신앙의 지조를 지키면 된다고 봐요."

방 목사는 개신교가 자주 사회적 비판을 받는 데 대해 "예수 믿는 사람 가운데 옆에서 가난해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있을 사람이 없어요. 신앙의 지조를 지켜나가면 다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 목사는 성서 가운데 이사야서 43 1절에서 하나님이 야곱에게 '넌 내 것이다'라고 한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든다면서 "사람이 잠깐 사는데, 신앙이 없이는 살 수 없으며 은밀한 데 계시는 하나님과 내왕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 목사는 그 내왕하는 방법으로 기도를 꼽았다.

"기도하는 사람은 죄를 찾게 돼 있어요. 스스로 부족한 걸 알아요. 죄를 고백하면 당장 깨끗하게 되는데, 그건 즉각적이에요. 기도 없이는 죄 찾지 못합니다."

방 목사는 기도는 집에서 부자간에, 또는 부부간에 대화하는 것과 같다면서 큰 소리로 삼창하는 것이 아니라 소근소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도는 자기 만족이나, 응원하는 것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방 목사는 자신이 젊어서 다시 목회를 할 수 있다면 기독교적 가정관과 올바른 예배에 대해서만 말하겠다고 했다. "성경에 '남자가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한 몸이 되나요. 내가 여자에게 장가가면 나는 없어요. 남편은 아내에게 내가 제로이고, 아내는 남편에게 내가 제로라야 하나가 되는 거에요. 기독교적 가정관은 '원 플러스 원'이 아니라 '원 플러스 제로'."

방 목사는 또 "요즘 예배를 쇼처럼 진행하는데 그건 예배라고 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노 목사는 "나 자신의 죄를 인식하는 일, 내가 받은 구원을 사방에 전하는 일, 이 둘을 하면 할 일을 다하는 것"이라고 개신교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한국일보 · 남경욱 기자 · 2008. 12. 25>